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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수업 -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서해문집

고미숙 외 지음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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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대한민국에서 노인이 되어버렸다―
시대를 대표하는 6명의 지식인·전문가와 함께한 노년 문화 릴레이 강연
이제, ‘노인 문제’가 아니라 ‘노인 존재’를 이야기하자


100세 시대, 회색 쇼크, 인생 2막… 노인이 인구의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트렌드다. 그런데 우리는 노년이 두렵기만 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병든 몸을 이끌고 어떻게 몇십 년을 더 살까. 세상은 노후를 위해 보험을 들고 창업을 하라고 말한다. 조언이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깝다. 창업·재취업을 통해 ‘인생 2막’을 열거나 은퇴 자금 9~10억을 준비하지 못하면 40년 가까이 남은 생 동안 거지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에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열었다 파산하는 장년층이 늘어간다. 노인은 ‘문제’가 되었고, ‘존재’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노인이 다수인 시대에 그 다수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미래는 암담하다. 시대에 걸맞은 노년 ‘문화’의 형성이 조속히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 6명의 강연자들이 2015년 11월 한 달 동안 ‘나이듦’에 대해 릴레이 강연을 펼쳤다. 고전인문학자, 여성학 연구자, 심리학자, 물리학자, 노인정책 활동가, 사회복지사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6명의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문화와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고미숙/정희진/김태형), 개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장회익/남경아/유경).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더욱이 대한민국에서 노인이 된다는 두려움


먼저 고전인문학자 고미숙,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 심리학자 김태형은 현 노년 담론의 문제점을 사회적 차원에서 진단하며 우리가 노년을 두려워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제1장 청춘으로부터의 해방, 몸으로부터의 자유(고미숙)에 따르면 본래 인간의 자연스러운 수명은 125세로, 이미 400여 년 전에 나온《동의보감》에도 기록되어 있다. 100세 시대는 결코 문명의 성과가 아니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수명이라는 것. 그런데도 현대인이 100세 인생―장수를 축복으로 여기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문화와 그에 따른 생로병사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계절이 순환하듯 인간의 삶도 봄-여름(유년기-청년기)에 발산하고 가을-겨울(중년기-노년기)에 수렴하기 마련인데, 끊임없이 성장하고 소비할 것을 종용하는 자본주의 문화가 우리로 하여금 청춘에 머물러 있도록 강요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나이답게 성숙하지 못하고 ‘애송이’로 남아 있다가 덜컥 노년기를 맞아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철없는 상태로 대부분을 보낸 삶은, 산 것이 아닙니다. 이 시간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나이 들고 오래 산다는 것은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핵심이지 그저 객관적으로, 양적으로 시간이 늘어난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본문 21쪽)

제2장 노인은 누구인가(정희진)에서는 생애주기 자체가 산업화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이에 위계를 세움으로써 ‘젊은 백인 남성’의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기에서 나온 ‘노년기’ 개념 자체가 차별적임을 지적한다. 지식인이나 소위 좌파는 나이 들어도 노인으로 불리지 않고 스스로를 노인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결국 노인은 흑인, 여성,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종(種)으로 간주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꼭 곱게 늙어야 하나’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논의를 확장시킨다. 노인과 장애인 등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에게까지 머리숱이 풍성하고, 허리가 곧고, 주름이 없고, 체액이 통제되는 ‘우아한 몸가짐’을 요구하는 몸에 대한 비현실적인 욕망이야말로 정상적인 나이듦을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몸은 모든 정치의 시작이죠. 우리는 육체적 고통, 신체적 비참함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우아한 몸가짐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몸 밖의 대소변’을 수용할 때, 살아 있는 이웃들의 다양한 몸도 존중할 수 있어요. 인간이 사망하기까지 평균 투병 기간은 10년, 그 취약하고 ‘못생긴’ 시절도 소중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79쪽)

제3장 너무 많이 아픈 한국의 노인들(김태형)에서는, ‘꼰대’로 비하되는 한국의 노인 세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한국의 노인들은 왜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가? 바로 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꼰대가 되었나? 전쟁과 독재정권을 겪으며 ‘반복적으로 패배’하고 지배집단에 순종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권위주의적·보수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또한 ‘돈이 곧 행복이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결과, 재산만이 자기평가의 척도가 되고 공동체를 돌아보지 않는 냉혹한 사회에 살게 되었다. 여기서 오는 절망과 아픔은 노인들로 하여금 자기 고통에만 집중하게 하고 미래 세대의 괴로움에 무감각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꼰대가 되어버린 그들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지 못한 채 외롭고 아프고 억울한 노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 마음이 아프면 어때요? 다른 사람한테 신경 쓸 수가 없죠. (중략) 어떻게 보면 지금 노인 세대의 상황일 수도 있어요. 너무 상태가 안 좋아요. 세계 1위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잖아요. (중략) 지금의 노인 세대는 나쁜 분들이 아니라 아픈 분들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세대, 청년 세대의 고통을 들여다보면서 도와주려 하는 건강한 어른의 모습을 갖기 힘든 상황에 있는 겁니다. (본문 114~115쪽)

은퇴 후 할 일은 치킨집 창업만이 아니다―
“은퇴 자금 9억, 10억을 이야기하는데,
그 돈 없는 사람은 다 불행하게 늙어야 합니까?”


물리학자 장회익,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단장 남경아, 사회복지사 유경은 아직 부재한 노년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시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을 소개한다.

제4장 노년이라는 기적의 ‘블랭크’(장회익)에서는 노년의 가치가 ‘지혜’에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되새긴다. 지혜란 결국 나이 들고 기억력이 떨어져 쓸데없는 ‘반(反)지식’이 사라져야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이다. 낙엽이 떨어져야 나목(裸木)의 모습이 온전히 보이듯, 나이듦 없이는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없다는 것. 특히 노년이라는 시간의 ‘블랭크(빈 칸, 여백)’야말로 홀로 사유하고 스스로 깨우치는 기적의 시간이라 강조한 저자는, 물리학자답게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통해 ‘블랭크’의 힘을 보여준다. 두 물리학자 모두 학교를 중퇴하고 백수 생활을 했던 시간에 인류 지성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뤄냈음을 설명하며, 노년을 맞이했거나 언젠가 맞이하게 될 우리 역시 이 놀라운 시간을 갖고 있으니 그 시간을 자기만의 공부로 오롯이 채우자고 권유한다.

지식에는 진정한 지식과 잘못된 지식 두 가지가 있어요. 완전한 무지는 없어요. 잘못된 지식, 이것이 문제죠. 그런데 노인이 되면 지금까지 잘못된 채 쌓여 있던 지식이 자꾸 떨어져요. 낙엽이 떨어지듯 우리 기억력도 떨어지는데 쓸데없는 기억부터 사라지게 돼요. (중략) 쓸데없는 것이 다 사라지고 나면, 정말 중요한 것만 보여요. (중략) 그리고 넓게 멀리 보이죠. 이것을 모으는 게 지혜입니다. 그래서 젊어서는 지혜를 얻기가 어려워요. (본문 144쪽)

제5장 100세 시대, 일과 삶의 재구성(남경아)에서는 인생 후반에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지난 10여 년간 약 1,000여 명의 국내외 ‘4060 세대’의 일자리를 상담하고 교육해온 저자는, 일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는 제2의 일거리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하나의 직업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왔으며 완전고용체제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무너졌다는 것. 이제는 일자리보다는 ‘일거리’의 개념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는 무엇보다 ‘사회공헌 일자리’를 추천한다. 삶의 후반전에도 소득만을 목적으로 일하기보다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보람 있고 오히려 현실적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거대담론이나 정책으로 접근하면 너무 우울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우리 개인들이 일상에서 힘을 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요. 그리고 1~2년이 아닌 10년, 20년 지속가능한 일의 관점으로 보자고요. (중략) 그리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이제는 올인하지 마시고 한 쪽 발은 다른 데로 담그고 계셔야 해요. 그래야 이 일이 끝나면 다른 쪽 발을 담근 일을 매개로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본문 204쪽)

제6장 마흔에서 아흔까지, 내 곁에 이 사람(유 경)에서는 노년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 ‘관계’에 대한 팁을 전달한다. 오랫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수많은 어르신과 부대끼다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기를 반복해온 그는, 우리의 노년을 떠받치는 기둥이 결코 돈 하나만이 아님을 확신한다. 저자는 미디어에서 떠드는 막대한 노후 자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하게 늙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돈 외에도 자기관리, 소박한 일거리 갖기, 롤 모델 찾기, 죽음을 준비하기,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과 소중한 관계 맺기를 통해 얼마든지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바로 관계이다. 부부 관계, 고부·장서 관계, 손주와의 관계, 이웃·친구 관계 등 가장 소중하지만 그래서 가장 대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잘 푸는 방법을 소개한다.

돈,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필요할까요? 4억? 6억? 저도 맨날 계산해 보는데, 그럼 4억 없고 6억 없으면 불행하게 늙어야 할까요?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중략) 돈이 좀 부족하더라도 다른 기둥을 잘 세우면 돼요. 기둥 하나가 좀 부족하면 무게를 다른 데 분산시키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사람도 중요한 기둥입니다. 돈 있고 할 일 있는데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한 ‘관계’에 관련된 얘기고요.(본문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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